게실염 극복기👨‍⚕️

[게실염 투병기] 공포의 "중심정맥관(C-line)"

안아파 2020. 12. 14. 21:50

대장절제술 준비 과정 중 가장 무서웠던 건 "중심정맥관" 잡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게 뭔지도 몰랐다.

그런데, ① 동의서에 사인을 받아야 하고 + ② 처치실에서 의사(간호사가 아닌!)가 해야 한다고 해서

'앗...! 일반 주사 맞는 게 아닌가 보다'란 생각에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혈관이 잘 안보이는데 + 입원을 자주 했던 나는 주사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내 팔에서 피를 뽑는데 다들 적어도 2번 이상은 찔러보신다.

심할 때는 해당 층 간호사 분들 다 와서 도전한 적도 있다.

채혈, 주사 등 모든 과정에 주사 바늘이 들어가는 걸 봐야 오히려 안심하는 이상한 타입...!)

 

두근거리긴 했지만, 주사를 무서워하지 않아서 

처치실에 뚜벅뚜벅 걸어서 들어갔다.

 

 

중심정맥관(C-line) 잡는 과정 (*병원마다 다를 수 있음)

1. 쇄골 그 주변을 소독한다 (상반신의 절반 정도)

2. 수술할 때처럼 해당 부위만 빼고 모두 가리는 천을 놓는다
(보이는 게 없다는 게 나는 너무 겁났다. 바늘을 봐야 안심하는 나인데...! 아마 다른 사람들은 안 보이는 게 더 나을 듯)

3. 마취를 한다

4. 아주 긴~~~ 바늘을 쇄골 근처에 넣어서 혈관을 잡는다 

     (나는 한 3번 정도 찔러보신 것 같다. 마찬가지로 혈관이 안보여서;;)
     (나는 마취가 잘 되었는지 아프지 않았다. 근데 약간 '뻐지끈' 이런 소리가 들리고 긴 바늘이 들어가는 느낌이다)
5. 바늘이 잘 들어가면 스템플러 같은 걸로 해당 부위를 고정한다 (3곳을 고정하였다)

6. 과정에서 나왔던 피를 닦는 등 정리한다

 

전반적으로 앞이 안 보여서 더 겁났다는 거 말고는 아프거나 그러지 않았다.

다만, C-line을 잡으면 손을 크게 움직이거나 하면 안 된다.

"폐"와 가깝기 때문에 바늘이 움직이면 위험할 수 있다.

(C-line 제거할 때에는 숨을 참고 있어야 한다)

 

 

주변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게 일반적인 바늘보다 훨씬 굵고 길다 보니 잡는 과정에서 쇼크가 오시는 분들이 있다고 한다.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너무 무서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혈관이 약하고 찾기 어려워 적어도 2일에 한 번씩은 링거 부위를 옮겨야 했던 나에게 C-line은 무척 변했다.

다만, 팔을 들면 혹시나 폐에 문제가 생길까 봐 조마조마하며 지냈다.

(다행히, 10일 정도 입원 기간 동안 문제없었다)

 

너무 잘보이는 사진은 징그러워서 환자복을 입었을 때 사진으로 대체!

 

사진으로 보이는 것처럼, 환자복을 입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일반적으로 팔에 링거를 맞고 계신 분들은 링거가 목에서 나오는 것처럼 보여 신기하게 보셨다.

(아마, 안타깝게 보신 것 같다)

 

제거한 후에는 구멍 + 스템플러 자국 6곳(구멍 2개씩 X3개)이 자국이 남게 된다.

약(흉터 안 남게 하는 약)을 잘 바르면 흉은 지지 않는다.

(나의 경우는 수술 3개월 조금 넘었는데, 나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조금 붉은 자국이 남아있다, 중앙에만!)

 

10대 때부터 약 15년간 여러 번 게실염 재발로 힘든 시간을 겪고, 결국 수술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제 10~20대 때는 게실염 자체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아플 때, 치료받을 때마다 불안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정보)를 알 수 없어서 '내 증상이 심각한 건지', '내가 치료는 잘 받고 있는 건지' 등 판단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물론, 아플 때마다 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받았지만 전문가인 의료인과 환자인 저의 느낌은 또 다르니까요)

게실염을 앓는 젊은 분들이 조금 많아진 지금, 
저처럼 불안해하고 계신 혹은 안일하게 생각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글을 적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 전문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제 글은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건, 많이 아프기 전에 꼭! 병원에 가세요.
그리고 평소에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신경 쓰셔야 합니다. 저처럼 고통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