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실염 극복기👨‍⚕️

[게실염 투병기] 대장절제술 후 식단 ("저잔사식")

안아파 2020. 12. 22. 23:14

퇴원을 하고 가장 먼저 고민이 되었던 게,

'앞으로 뭐 먹지?'였던 것 같다.

 

내가 입원했던 대학병원 교수님은,

"소화 잘되고, 부드러운 식사면 되고, 

나이가 아직 어리고 수술이 잘 되었으니 가리지 말고 잘 먹으라"

고 하셨지만,

① 먹으면 바로 화장실에 가고

② 설사를 계속하고

③ 10년 넘게 아팠고 결국 힘들게 수술을 했던

나는 겁이 나서 아무거나 먹을 수 없었다.

(교수님이 저렇게 말씀하신 이유가 또 있었는데,

나는 올해 게실염을 자주 앓으며 식사량 자체를 줄였는데 그 덕분에 7kg이 빠져 매우 마른 상태였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대장암, 크론병 등 나처럼 대장절제술을 받은 경우 장에 무리가 되지 않는 식단 (일명, 저잔사식)을 

해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저잔사식 식단

- 식이섬유가 적고 단백질 위주의 식단

- 대장에 남는 찌꺼기를 최소화하는 식단

- 쉽게 말하면,

  평소에 포만감이 있고(잡곡 등)

  장에서 오래 남아있어 몸에 좋다고 했던 건(채소, 과일) 다 좋지 않고

  최대한 빠르게 장을 통과하고 잔여물이 없는 식단이라 생각하면 된다

  (처음엔 나도 무척 헷갈렸었다..;;)

- 퇴원 후 2주 ~ 2달까지 사람에 따라 저잔사식을 유지하는 기간은 다르며,

  몸 상태에 따라 순차적으로 음식의 범위를 넓혀나가면 된다

 

식품군 가능 불가능
곡식류 쌀, 죽, 부드러운 빵(식빵, 카스테라) , 김밥, 통밀빵, 도너츠,
현미, 보리, 오트밀, 강낭콩 
어류/육류 생선, 달걀, 두부, 살 중심 찐 고기 지방이 많은 고기 (특히, 구운 고기),
소시지, 베이컨,
채소 통조림, 익힌 채소, 채소 주스 생채소, 말린 나물, 질긴 버섯,
미역 등 해조류, 매운 김치, 고구마
지방 아주 최소한의 식물성 지방 견과류, 코코넛
우유 요거트, 두유 ※ 우유를 평소에 소화 못시키는 분들은,
유제품 아예 안드시는 게 좋다
과일 통조림, 과일 주스, 
잘 익은 과일 (껍질, 씨 제거) 조금
※하루 기준
사과 : 1/2개, 배 : 1/4개, 바나나 : 1/2개
생과일 (특히, ), 건과일, 푸룬 주스,
과일 껍질이나 씨
기타 저잔사 영양보충음료 (뉴케어 등) 맵고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
커피, 탄산

빨간 글씨로 쓴 건 절대 안된다. 특히, 감&회는 적어도 수술 후 1년은 안 먹는 게 좋다고 한다.

김밥과 떡은 동일한 이유로 안먹는 게 좋다. 음식을 누르고 압착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 모든 음식을 먹을 때는 최대한 잘게 썰어 먹는 게 좋고, 많이 씹고, 15분 이상 식사시간을 갖는 게 좋다.

   (이게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ㅠㅠ)

※ 과자가 먹고 싶어서 열심히 찾아봤었는데, 아기용 쌀과자, 아이비/참크래커 같은 과자는 조금은 먹어도 된다고 한다.

※ 수술 후 회복을 위해 단백질은 꼭 잘챙겨먹어야한다. 나는 계란 or 생선을 하루에 한 끼 이상 먹으려고 했다.

※ 나는 입맛에 안맞아서 먹지 못했는데, 낫또를 챙겨드시는 분들도 있다고 한다.

※ 사실 나처럼 무서워서 수술 후 잘 안 먹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회복을 위해서는 꼭! 잘 챙겨먹어야한다.

 

내가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건,

① 오래 씹어야 한다는 것 : 생각보다 정~말 어렵다. 특히, 나처럼 급하게 식사를 해왔던 사람은...!

② 과일을 마음껏 먹지 못한다는 것 : 과일을 마음껏 먹지 못한다는 게 정말 슬펐다. 너무 먹고 싶을 땐, 껍질 모두 제거하여 먹었다. 

 

나는 수술 후 1주일 간은 죽 위주로 먹었었고,

그 이후 1달 간은 저잔사식을 지켜서 먹었다. (지금도 맵고, 자극적이고, 기름진 음식은 안 먹는다) 

그리고 밥 먹은 후에는 꼭 10분이라도 걸었다. 

 

10대 때부터 약 15년간 여러 번 게실염 재발로 힘든 시간을 겪고, 결국 수술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제 10~20대 때는 게실염 자체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해서 아플 때, 치료받을 때마다 불안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나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분들의 이야기(정보)를 알 수 없어서 '내 증상이 심각한 건지', '내가 치료는 잘 받고 있는 건지' 등 판단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물론, 아플 때마다 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받았지만 전문가인 의료인과 환자인 저의 느낌은 또 다르니까요)

게실염을 앓는 젊은 분들이 조금 많아진 지금, 
저처럼 불안해하고 계신 혹은 안일하게 생각하고 계신 분들을 위해 글을 적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 전문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제 글은 참고만 부탁드립니다.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건, 많이 아프기 전에 꼭! 병원에 가세요.
그리고 평소에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신경 쓰셔야 합니다. 저처럼 고통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